헷지했지 안심매입약정, 미분양 해소 대안 될 것
“부동산의 가장 큰 맹점은 ‘원하는 시점에 예상한 가격으로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헷지했지 안심매입약정을 통해 이 문제를 매수청구권으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자산매입 사무실에서 만난 김종구 대표는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헷지했지는 새 아파트 분양 시점이나 기존 주택 매수 시점에 가입하면, 약정 기간이 끝난 뒤 미리 약속한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고객은 분양가 또는 매수가 기준으로 0.4~1.5%의 수수료를 내고 가입한다. 예컨대 현재 시세 10억원인 아파트를 5년 뒤 14억원으로 예상해 가입한 뒤 실제 시세가 14억원 이하로 떨어지면, 고객은 헷지했지에 매도를 청구해 약정가로 되팔 수 있다. 반대로 시장이 기대 이상으로 활황을 띠어 시세가 16억원 이상으로 오르면, 고객은 직접 시장에 매도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이처럼 ‘풋옵션’과 유사한 구조로 시장 하락 리스크를 막아주면서, 상승분은 고객이 온전히 누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김 대표는 이 모델이 지방 미분양 해소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H가 미분양 3,000가구 매입을 발표했지만, 건설사로부터 일괄적으로 사들이기보다는 헷지했지 같은 약정 상품으로 수요를 흡수한 뒤 신용을 보강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미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미분양 단지 가입자들은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도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정부는 재원 낭비를 줄일 수 있죠.” 실제로 ‘리스크 테이킹’ 방식을 통해 실수요자를 모으고, 이후 리츠 등 임대사업을 통해 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모든 단지가 가입 대상은 아니다. 김 대표는 “미래 가치를 면밀히 검토한 뒤에만 약정을 체결한다”며 거시지표(미국 금리·환율·통화량·정치 상황)와 미시지표(입지·교통 호재·학군), 단지 내 층수·향·커뮤니티 접근성까지 다단계로 검토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및 재보험사와 협상을 통해 더 많은 주택이 보호 약정 대상에 포함되도록 할 계획이다.
“빅데이터 기반 정보를 제공하는 프롭테크 업체는 많지만, 우리는 그 정보를 책임지는 금융상품을 제시하는 데 차별점을 둡니다.” 김종구 대표의 이 같은 전략이 미분양 문제 해결과 개인 자산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