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매수청구권, 미분양해소∙소셜믹스 활성화 위한 해법될 것"
최근 주택 시장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매수청구권’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 한국금융학회가 주최한 ‘2025 한국금융학회 정기학술대회 및 특별 정책심포지엄’에서 권세훈 상명대 교수와 채희율, 한상범 경기대 교수는 주택매수청구권을 통한 미분양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주택매수청구권은 분양계약 단계에서 일정 수수료를 받고, 아파트 준공 후 입주 시점에 수분양자가 원하면 약속한 가격(취득원가)으로 주택을 매입해주는 권리를 뜻한다. 쉽게 말해, 청약에 당첨된 소비자가 입주 전후로 마음이 바뀌었을 때에도 손해 없이 분양받은 가격으로 집을 팔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장치다. 이 제도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미래의 주택가격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덜고, 공급자 입장에서는 미분양 위험을 줄일 수 있어 상호 리스크를 나누는 새로운 구조로 주목받았다.
채희율 교수는 “주택매수청구권은 소비자의 심리적 리스크를 줄이고 분양 리스크를 공급자와 소비자 간에 구조적으로 재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정부가 전면에 나서는 방식보다는 민간이 금융구조를 설계하고, 공공은 일부 수수료 지원이나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참여 등을 통해 선별적이고 유연하게 개입하는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런 모델은 기존에 정부가 대규모 예산으로 미분양 물량을 일괄 매입하던 방식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도 동일하거나 더 큰 정책효과를 낼 수 있다”며,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주택매수청구권을 소득과 자산이 다른 계층이 섞여 거주하는 소셜믹스 단지에 적용하면, 미분양 해소와 함께 다양한 계층이 어울려 사는 임대주택 공급으로 이어져 주거복지 향상이라는 정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택매수청구권은 그동안 기업 간 자산거래에서만 활용되던 금융 기법을 주택시장에 도입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실제로 현대 한국자산매입은 ‘헷지했지’라는 서비스를 통해 이와 유사한 모델을 운영 중이며, 수분양자들에게 미래의 가격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채 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현행 전세보증제도의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보증은 원래 채무자의 리스크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인데, 우리나라 전세보증제도는 오히려 채권자인 임차인이 보험료를 부담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며 “제도의 본질적 기능이 왜곡돼 있다”고 비판했다.
곽노선 한국금융학회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가 정부의 주거정책과 금융제도 설계에 실질적 단초를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